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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6-19 10:06
우울증 치료와 예방(1)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755  
우울증 치료와 예방(1)
 
오태균 교수 (총신대학교)
 
들어가는 말
   한국 사회에서 마치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는 자살은 모든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유교의 발상지보다 더 뿌리깊은 체면 문화 (shame culture)속에서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땅에서는 매일 30명 이상이 이런 저런 이유로 스스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다. 이는 인구대비 미국의 3배 수준이며, 과거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끼리 인터넷 공간에서 만나 동반자살하는 기이한 현상까지 종종 벌어지고 있다. 인기 연예인, 정치인, 기업인, 운동 선수, 교수 등 직종과 전연령대에 걸친 자살은 이제는 일상사가 되어 버렸다. 자살의 80~90%가 우울증의 결과로 추산되고 있고, 자살한 사람들 다수는 크리스천이라는 것은 우리의 불편한 진실이다. 이렇듯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률은 치솟고 있는데,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전문적인 상담, 심리 치료를 기피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서구의 최첨단 기술과 유행의 ‘어얼리 어답터’인 한국인들에게 우울증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구식의 보편적 치료방법인 상담, 심리 치료만큼은 아직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목회자들은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하는 사람들 가운데 다수가 크리스천이라는 점과 교회 안에는 이미 곤고한 심령들을 위한 이천년의 목회적 돌붐 (pastoral care)이라는 위대한 유산과 전통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강단에서의 말씀 선포는 상담학적 관점에서 보면 집단 상담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으며, 구역 예배에는 성도들끼리 서로 지탱하고 (sustaining), 격려하는 (encouraging) 치유 공동체 (healing community) 의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목회자의 심방 현장은 이미 상담자 (목회자)와 내담자 (성도) 간에 필수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라포 (rapport)가 형성되어 있어, 일반 상담의 영역보다 상담의 효과가 훨씬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기독교인을 공격하는 크고 작은 우울증은 신체적이고 심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영적인 부분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목회자들은 우울증=불신앙이라는 그릇된 통념들을 포기하고, 성도들의 영성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우울증과 같은 정서적인 문제들을 잘 다룰 수 있는 기본적이고 지식들 구비되어야 한다. 즉, 우울증의 원인과 증상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걸리기 쉬운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인 지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자는 만성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던 한 기독청년을 사례를 중심으로 우울증에 대한 기본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우울증 상담 사례
   몇 년 전 필자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한 학생의 부모로부터 상담 편지를 받은 후, 한 학기 동안 내담자와 강의와 개인상담을 병행한 경험이 있다. 그 편지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저는 00과 00엄마입니다 (아빠와도 상의 후 이런 메일을 드립니다). 제가 00를 대신하여 사정을 아뢰는 것은 00가 중1때부터 앓아온 병 때문에 감정의 선이 막혀 있어서 제대로 표현을 못해서 부득불 메일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희 아이는 오래전부터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고 계속 재발되어 조울증으로 두 번이나 병원에 입원했을 만큼 심각했으며, 대학 입시 전 또 다시 재발한 후로는 만성 우울증이 되었습니다. 처음 우울증이 시작된 건 중학교 1학년 때였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하던 완벽주의 성향의 아이였는데 공부를 많이 하고도 더 이상 공부할 게 없으면 불안해서 울음을 터뜨리곤 했으며, 시험 불안증으로 시작하여서 지금까지 수없이 재발하면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휴학도 많이 고려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의사선생님과 심리 치료 선생님 모두 치료는 학교에 다니면서 병행해야지 휴학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최소한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하십니다.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이 학교에 가는 것보다 더 힘들 것 이라고 하시네요. 학교에 가지 않으면 폐인 되기 십상일 것이라고요.....
 
   지금 00 상황으로는 뇌의 신경 전달 물질 이상으로 정상적으로 학습하고 집중하고 이해하는 것은 힘들고 암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학교에 다녀오면 모든 에너지를 다 쓰고 고갈되어서 집에 오면 잠부터 잔 후에야 겨우 정신을 차릴 정도이며, 야고세포의 결핍으로 스트레스에 대항할 힘마저 없습니다. 상처가 많아서인지 학교와 사람들을 두려워해서 발표를 할 때도 이유 없이 펑펑 운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 연유로 다른 친구들에게 이상하게 보이고 아파서 힘들어한 것 밖에는 없는데 친구들을 사귀지 못하는 결과가 되어 버려서 점심도 늘 혼자 먹고 그러면 더 우울해 진다고 하는데 누구 한 사람 00를 위한 관심과 배려가 없는 것 또한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송구스럽지만 00상황을 말씀드리고 협조를 구하려고 이렇게 메일을 쓰게 되었습니다. 뇌가 회복되지 않는 한 재수강을 한다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암기를 요하는 시험은 전전두엽의 손상으로 불가능한데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요? 혹 시험 말고 다른 방법으로 대처할 수는 없겠는지요? 가장 좋은 방법은 00가 속히 하나님의 때를 맞아 예전처럼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 때는 알 수 없기에 교수님들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부디 00의 사정을 이해해 주시고 대안을 주시면 00의 치료나 앞날을 위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00부모 000/000 드림-
 
 
우울증의 정체
   웹스터 사전에서 우울 (depression)이란 용어는 ‘내리 누른다’ (press down), ‘기를 죽인다’, ‘낙담시킨다’, ‘가치를 낮춘다’, ‘활동성을 저하시킨다’, 그리고 더욱 ‘저급한 위치로 밀어 넣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현재 정신의학분야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미국 정신의학회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의 정신장애진단 기준표를 의미하는 DSM-IV-TR에 의하면 우울증의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거의 매일, 그리고 하루 종일 우울한 기분이다.
2) 흥미, 즐거움, 활동 등이 뚜렷하게 떨어진다.
3) 체중이 줄고, 식욕저하가 심하다. 반대로 체중증가, 식욕이 강한 경우도 있다.
4) 거의 매일 불면증에 시달린다. 반대로 잠만 자는 경우도 있다.
5) 안절부절 못하거나 반대로 꼼짝하지 않는다.
6) 피곤하고 기운이 없다.
7) 허무한 마음, 무가치감, 혹은 지나친 죄책감에 시달린다.
8) 집중이 어렵고, 결정을 쉽게 못내린다.
9) 계속해서 죽는 생각에 사로잡히고 자살 생각을 하고 직접 시도하기도 한다.
 
   위의 9가지 중에서 1번과 2번을 포함하여 5가지가 2주이상 지속되면 우울증으로 진단을 내리는데, 위 내담자의 경우는 1), 2)번의 항목을 포함해서 7-8가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통상적인 우울증은 위의 사례와 같이 심한 우울장애 (major depressive disorder)와 더불어 우울한 기분과 흥미의 저하와 같은 비교적 가벼운 우울증상 모두를 포함한다. 각종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삶의 질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의 조류를 반영하여 우울증의 진단의 문턱은 과거에 비해 계속 낮아지고 있는 것이 의학계의 분위기이다. 비교적 가벼운 우울 증상이라 하더라도 이는 향후 우울장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고, 이 또한 한 인격체의 심각한 신체적, 정서적, 영적 기능저하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