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 무기력 증을 아십니까?
강장식 목사(한국창의력아트심리상담센터)
요즘 인터넷 등의 신조어 중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 이상은 들어보았을 유행어가 있다. 바로 ‘귀차니즘’이란 말이다. 정말 쉰세대가 아니라면 이 정도의 신조어쯤은 익히 알고 있으리라. 이 단어는 만사가 귀찮아 게으름을 피우는 현상이 고착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란다. 귀찮은 일을 몹시 싫어하는 태도나 사고방식이란 뜻의 신조어로 국어사전에 등재될 만큼 두드러진 사회현상이 됐다.
2009년에 출판된 ‘대중문화 사전’에선 ‘귀차니즘’의 뜻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형용사 ‘귀찮다’에 ‘~주의’를 의미하는 영어 ‘ism’을 덧붙여 만든 말로, 모든 것을 귀찮아하며 게으름을 피우는 상태나 그러한 주의를 의미” 귀차니즘은 무기력하고 피곤한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쉽게 쓰이기도 한다.
매사에 의욕이 없고, 꼭 해야 할 일조차도 건성건성 시늉만 하면서 때워 넘기는 증상까지 포함하는 말이다. '귀차니즘'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귀차니스트’로 부른다.
일선 교사들은 상당수 아이들이 ‘귀차니즘’에 빠져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초등학생들마저 “귀차니즘에 빠졌다”라는 표현을 흔히 사용하는 모습을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귀차니즘이란 말이 이처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유행처럼 사용되는 것은 사회현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지심리학자 박경숙은 귀차니즘을 의욕 없는 상태인 무기력이 마음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신호라고 본다. 바로 귀차니즘은 무기력에 빠져있는 세태를 담고 있는 개념이란 분석이다.
심리학에서는 무기력을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행하지 않는 것’ 또는 ‘현저하게 의욕이 결여되었거나 저하된 경향’이라고 정의한다. 무기력이란 자발성과 의욕이 상실된 상태이며 반대로 무기력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자발성과 의욕을 회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마틴 셀리그만(Martin E. P. Seligman)교수는 “무기력이란 인간이나 동물이 통제 불가능한 상태를 경험하며 겪는 동기・인지・정서 장애를 나태 내는 현상이다”라고 했다. 즉 무기력은 단 하나의 요인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기력은 결과적으로 보면 행동장애이다. 그러나 그 행동장애를 일으키는 요인들은 복합적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 동기장애와 인지장애 그리고 정서장애의 결과로 행동장애인 무기력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기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동기와 정서 그리고 인지의 전체적인 전환이 일어난 후 행동의 변화까지 이룰 수 있는 방법을 박경숙은 ‘통합적 마음 전환(Unified Mind Transition)라고 부른다.
전도는 ‘힘들고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성도들의 마음상태를 앞에서 설명한 심리학적으로 재해석해본다면, 전도에 대해 귀차니즘에 빠져 있는 상태 즉, 전도에 대한 학습된 무기력 증에 빠져 있는 상태라고 진단해보고 싶다. 상기한 대로 무기력이란 의욕과 자발성이 상실된 상태를 말한다. ‘전도는 힘들고 어렵다’고 하는 성도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라. 그들 중 대부분은 사실 전도를 거의 하지 않는다. 전도를 하지도 않으면서 전도는 힘들고 어려운 것이라고 계속 말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것이 바로 전도 무기력 증에 빠져있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아닌가.
그러므로 교회는 전도 귀차니즘에 빠져 있는 성도들을 회복시켜야 한다. 전도 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성도들을 전도에 관해 유능감을 가질 수 있도록 훈련해야한다. 이런 의미에서 전도자 양성에 있어서도 기독교 상담학적 접근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한국교회 성도들이 전도를 하지 않는 것은 단순한 믿음이나 열심의 문제를 넘어선 영적이며 심리적인 무기력증의 해소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